숙연한 마음으로 시작을 결정하던 때가 불과 몇 주전 같네요.
차곡차곡 1단계부터 4단계까지 합격을 쌓아, 드디어 학사학위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1-3. 자신의 상황, 학위가 필요했던 이유, 독학사 선택 이유
많은 분들이 편입을 목적으로 독학사나 학은제를 시작하시는데 저는 동기가 남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저는 지금 거리공연과 기타레슨 등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이구요, 독학사를 시작하기 전, 저의 학적은 중국 북경에서 대학을 한학기 다니고 중퇴한 상태였고, 군복무를 마친 시점까지도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여러가지 선택의 기로에 있었으나 정말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마음에 기타교습소를 차려야겠다는 단기적인 목표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학습의 기회또한 스스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타교습소를 운영하려면 최소 전문학사학위가 필요했고, 실용음악관련 대학원을 진학하자니 역시 학사학위가 필요했습니다. 24살의 나이에 4년제 대학에 다시 들어가자니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같은 느낌으로 인해 부담도 있었고, 제가 원하는 진로의 한 과정 치고는 너무 긴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했습니다.
마침 아버지께서 저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독학사를 저에게 소개시켜주시고 추천해주셔서 저는 고민끝에 학사캠퍼스를 통해 독학사를 시작했고 언어계열인 영어영문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학사캠퍼스를 통해 1년안에 패스하면 일부를 장학금으로 지급해주는 제도는 저 스스로에게 1년안에 합격해야한다는 마음을 늘 놓치지 않게 했고 덕분에 1년동안 꾸준히 공부하여 4단계까지 무난한 성적으로 무사합격하게 되었습니다.
4-5. 합격까지의 학습기간과 일일학습시간, 나만의 학습비법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학습과정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저는 기타레슨이나 부모님 돕는 일을 하긴 했지만 남들처럼 직장이 있거나 학교를 다닌 것은 아니었기에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 있었습니다. 다만 그 와중에도 체질상 하루에 채 3시간을 책상에 앉아있질 못하겠더군요. 매번 시험이 임박해서야 긴장감을 갖고 공부를 했고 각 단계는 모두 한 달도 채 투자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하루에 공부할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이 많았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로 권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하루에 3-4시간씩자며 매일매일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해 허덕이는 그 한 달간의 시간은 정말 끔찍합니다. 꼭 매일매일 꾸준히 하시기를 권합니다.
처음 학사캠퍼스 영어영문학 1년치 교재가 큰 박스로 왔을 땐 이걸 언제 다 공부하나 싶었는데, 그 모든 책이 전부 꼭 읽어야하는 기본서는 아닙니다. 이론서부터 문제집, 최종60분, 모의고사 등의 형태로 각단계별 교재가 구성되어 있었는데 만반의 준비를 전제로 하고 하다보면 그 모든 책을 읽게 되더라구요.
다만 저는 공부를 늘 임박한 시간에 급히 준비하는 안좋은 습관이 있다보니, 과목에 따라서는 다 활용하지 못한 교재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백과사전처럼 언제나 펼쳐볼 수 있는 교재들이 있었고, 강의를 통해서 부연설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늘 안정된 마음으로 학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1단계 교양시험은, 무슨 배짱이었는지 거의 15일정도 남겨두고서 급히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고등학교과정을 수료하지 않아서 교양과목들도 익숙치가 않았습니다. 국민윤리와 사회학개론, 교양영어는 쉬웠는데 국사와 국어는 분량이 많아서 준비하는데 많이 힘들었고, 하루 3-4시간씩 자면서 최종60분 등 요약본을 보면서 공부한 끝에 기적적으로 합격했습니다.
2단계부터는 전공과목인데요, 영어영문학은 다른 전공보다 조금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는 전공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목들을 크게 영어학파트와 영문학파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영어학 : 영어학개론, 통사론, 음성학, 영어발달사, 중급영어, 고급영어, 중급영문법, 고급영문법
영문학 : 19세기영미시, 20세기 영미시, 19세기 영미소설, 20세기 영미소설, 영미희곡1, 영미희곡2, 영국문학개관, 미국문학개관
영어학부터 보시면 영어학개론안에 통사론과 음성학이 상당부분 포함되고, 영어발달사도 영어학개론과 상당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영문학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영미문학개관안에 영미시, 소설, 희곡에서 세부적으로 배우게 되는 내용이 개괄적으로 포함되어있다보니 모든 학습과정이 서로 연관이 되어있습니다.
중급영어, 고급영어는 학습자의 영어독해실력(토익, 수능영어 등)의 베이스에 따라서 전혀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과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영문법, 어휘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꽤 어려움을 겪었네요.
많은 독학사 영어영문학도들이 2단계가 가장 어려운 단계라고들 합니다. 내용이 심층적이고 논리적이라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영어학개론과 분량이 매우 많은 영국문학개관 때문입니다. 확실히 영국문학개관과 같은 영문학파트의 과목들은 많은 양의 암기와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어떤 작품의 영어원문을 읽어야하기도 하고, 중세영어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무식하게 모든 작품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 작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어디인지를 파악하고, 문제의 유형들을 알면 됩니다.
2단계의 내용의 연장이 3단계이므로 3단계는 더 수월하고, 4단계는 그렇게 연결된 2, 3단계의 모든 과목들의 종합이기 때문에 더욱 쉬웠습니다. 4단계때는 교양과목인 국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1단계때 급히 공부해서 남는 것이 없었는데 분량도 가장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독학사 1년 과정의 과목들 중 제가 가장 감명깊게 공부한 과목이 바로 국사입니다. 중고등학교때 배운 국사와, 성인이 되고 난 후 배우는 국사는 너무나 다르더군요. 스타강사 최태성 선생님의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역사에 무임승차 하지 말자"
정말 강조하고 싶은 비법이 있다면, 독준모 카페를 최대한 활용하셔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강원도 춘천인데, 아무래도 지방은 수도권 같은 독학사 관련 학원도 없고, 주변에서 독학사 영어영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을 알게 될 수단도 없습니다. 독준모를 통해서 영어영문학 공부하는 동료들을 모아 카톡 스터디방 등을 만들어 4단계까지 서로 많은 힘을 주고 정보를 공유해 효율적으로 공부하면서 여정을 같이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전우애가 생기더군요^^ 4단계까지 모두 무사히 통과해, 조만간 한번 다 함께 실제로 만나서 회포를 푸는 자리를 만들 예정입니다.
6.슬럼프와 극복방법
독학사슬럼프라면 잊지못할 기억이 있습니다.
2단계때 역시 시험이 약 2-3주밖에 안남은 시점에서 공부를 하게되었습니다.(이 버릇은 평생 고쳐지질 않겠더라구요) 영국문학개관 등 다른 과목들을 충분히 공부했는데도 합격선에 도달할 수 있을까에대한 불안감때문에 집착을 하게 되었고, 결국 영어학개론을 단 하루 앞두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과장이 아닙니다)
나름대로 하루만에 소화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놓고 아침부터 시작했지만, 영어학개론이라는 과목은 정말 하루 아침에 할 수 있는 과목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시험장까지는 20분거리인데, 아예 안잘 순 없어서 새벽 5시 30분에 누워서 2시간 정도 자고 시험장에 가기로 하고, 1장부터 보는데 이해는 안되고 시험시간은 한시간, 한시간 다가오면, 정말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토할 것 같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포기할까", "당장 내일 학은제를 신청할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간절한 마음으로 결국 책을 덮고 반성의 기도까지 했습니다. 새벽 3시쯤 되니 기본서를 보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거 같아서 파이널 문제풀이를 꺼내서 풀면서 모르는 부분들을 공부하는 방법으로 아주 기본적인 개념들만을 익혔습니다. 그렇게 딱 2회분을 강의의 해설을 들으며 함께 풀고서 시험장에 갔는데... 다행히 60점초반으로 합격했다는 전설이...
10년은 수명이 줄은 것 같습니다. 절대로 벼락치기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7.앞으로의 진로
학사학위를 땄으므로 기타 교습소를 차리는데 자격적으로는 문제가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조금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1년간 서울로 레슨을 받으러 다닐 예정이고, 목표가 필요해서 예술계 대학의 실용음악과 실기 시험에도 응시만 해볼 예정입니다. 공인된 자격이 갖추어 졌을 때 춘천으로 돌아와 기타교습소를 작게나마 시작할 예정입니다^^
8-9.교재, 강의, 교수, 담당선생님 관련 사항, 보완했으면 하는 콘텐츠
일단 1단계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응시하는 만큼, 교재와 강의의 완성도나 질이 가장 탄탄했던 것 같습니다. 국사는 그 분량이나 수준이 딱 독학사의 요구수준에 알맞는다는 느낌을 받았구요.
그리고 전공과목중에서는 영미문학개관과 19세기 영미소설을 담당해주신 정윤희 선생님의 강의가 정말 좋았습니다. 방대한 영문학을 혼자 학습했다면 정말 막막했을텐데 핵심과 맥을 짚어줄 뿐만 아니라 매끄러운 진행으로 답답함 전혀 없었던 강의였습니다.
아쉬운 과목과 강의는 19세기 영미시와 20세기 영미소설을 진행하신 최용국 선생님 강의입니다. 특히 19세기 영미시 교재는 최용국 선생님이 직접 집필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내용적으로도 부실할 뿐 아니라 교재에 오류나 오타가 너무 많고, 질문란에 올린 질문에 대한 답도 너무 늦어지고 강의도 성의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사한 마음에 좋은 말만 쓰게 될 줄 알았는데 이강의는...^^
10-11.후배 수험생들에게 당부해주고 싶은 이야기나 응원, 합격이후 변화된 삶(모습).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1년안에 학사학위를 땃다는 사실이 체면을 많이 세워주었습니다^^
명목만일지언정, 더 이상 저는 "아직 제대로 대학도 못다니는 애"가 아니라"4년 과정을 남들보다 빨리 해낸 애"가 되었네요. 덕분에 매일매일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학캠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독학사는 말그대로 독학사라는 느낌입니다. 영어영문학은 기출문제도 희소하고, 독학사 시험의 특성상 매년 난이도나 출제방향에 변동의 우려가 있어서, 무조건 합격수기만을 믿고서만 준비해서는 안됩니다. 본인이 열심히 하지않아서는 절대로 해낼 수 없으며, 단시간을 공부하더라도 심도있게, 여러 관련자료와 인터넷을 뒤져가면 능동적으로 공부하셔야 원하는 것을 얻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선배들의 수기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갈피를 잡은 것 처럼, 이제 도전하실 여러분께도 제 수기가 많은 도움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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