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개무량합니다.

˝여기 글을 보면서 나도 한 번 꼭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서...˝

라는 진부한 문장들을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무서워서 수기들을 계속 읽었고, 그 때마다

"잘났다. 원래 공부하던 사람들이니까 그런가보네. 쳇."

같은 시기심만 생기면서도 "하고싶다"는 욕망에 반쯤은 지는 심정으로 준비한게 벌써 반 년 전입니다.

1. 저는 군인입니다. 제 환경이나 상황이야 말 않아도 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부대마다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시험 준비 자체가 "배부른 사치"로 치부되는 우울한 부대라는 점 정도는 덧붙일 수 있겠습니다.

2. 군대에서 자격증을 취득한다던가 하는 먼 나라 이야기를 곱씹고 우울해 하던 중, 문득 "내가 해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울함도 있고, 서러움도 있고, 무엇보다 전역까지 아무 것도 못 한다는 무기력함이 너무나 분했습니다.

3. "자격"이라는 것은 공부를 하는 주된 이유가 되기도 하고, 학습을 평가하는 가장 일반적인 지표입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무언가를 하였는가를 드러내는 것에는-스스로에게 납득하기 위해서라도- 뭔가 "증"이 필요했습니다. 그 중 "학사"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스스로에 대해 뿌듯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인터넷의 이런저런 글들에 있는 "쉽지 않을 걸요"라는 도발적인 말 또한 집중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네, 거진 감정적인 혹함이 대다수였습니다.

4. 학습기간은 3단계 2주일, 4단계 3일(...)이라는 저렴하고 단촐하기 그지 없는 단기간입니다. 그걸로 될까, 싶은 마음에 상담 글을 넣었더니 전화가 왔습니다. 무슨 잘못이 있다고, 전화 주신 분께 ˝내가 군인이다. 기간도 한 달도 안 남았다. 되기는 하는거냐˝라고 따지듯 물었습니다. 된다길래 ˝안 되면 저쪽 탓이야˝라는 못된 심보로 진행해 봤습니다. 물론 결재만 하고 근 2주는 정신없이 부대 일정에 바빴고, 남은 기간에야 "비싼 돈 들여서 강의 신청했다. 이것만 보자"는 여론을 만들어서(...) 겨우 수강했습니다. 자습은 거의 없었고, ˝요약강의를 본다 -> 문제를 푼다 -> 많이 틀린다 -> 틀린 강의를 듣는다˝ 순으로 진행하였습니다.(지금 생각하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습니다.)

5. 문제를 풀고 틀리면 억울합니다.(...) 화도 나고. 그런 점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강의를 들었는데 왜 못 맞추는 걸까하고, 이대로 시험보면 떨어지는거 아닌가 하는 복합적인 감정들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걸 외우자. 또 이걸보면 맞겠지" 라는 편안함. "틀렸다"가 아니라 "요점정리"의 기회라고 스스로가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족한 시간에서, 스스로를 탓하는 시간은 너무나 아깝습니다.

6. "부대일정이 바쁘니까" 라면서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허송세월하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굳이 따지면 못 할 것도 없었겠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옆에 다 쉬는데 혼자 글까지 읽는게 너무 서러웠습니다. 그때는 놓으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놀면 불안합니다. 쉬면 찜찜합니다. 결국 자기가 다시 책을 찾게 되어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7. 학사가 있으니 이제부터 갈 수 있는 길이 조금 더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전역하게 된다면 대학원을 갈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8. 학사캠퍼스 교수님은 아니지만, 제게 상담해 주셨던 박세은 선생님께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처음의 무모한 일정에 격려하고, 자료를 보내주시고, 덕분에 제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교재는 시험범위에 충분하고, 강의는 밀도있고, 교수님들은 혼자서 책 읽는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고 오래 기억나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강의라는 물건의 본연의 목적에 가장 충실하고, 만족스런 점입니다.

9. 다만 강의가 너무 많아(...) 저처럼 전부 수강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60분 요약강의는 시험범위 특성상 ˝이 부분들, 전반적으로 꼭 읽어두고 가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5시간이라던가, 단원별 총정리라던가 하는 ˝속성 개념잡기˝를 개념 복습차원에서 두셨으면 부담없이 보고, 반복적으로 익히기에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10. 두려움은 나누면 반이 됩니다. 혼자 시작하면 무섭습니다. 다 그렇지만 정보도 방향성도 뭔가 허합니다. 공부 외적인 부분은 외부에 맡기고 스스로는 공부에 전념하는 것이 결코 새삼스러운 방법이 아닙니다. 학교 공부가 그러했고, 학원에서도 입시는 학원의 몫이었습니다. 기존의 경험들을 볼 때, 혼자서 책을 보겠다는 의지는 인터넷 강의로 반감되는 부분이 아닙니다. 필요시 얼마든지 도움을 받아야하고, 그것이 지금껏 우리들이 공부했던 방식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11. 가만히 있다가 괜히 히죽히죽 웃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학사구나, 게다가 학점이 낮지 않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부대에서도 밖에서도 ˝내가 그 전공자잖아˝라면서 말을 하는 소소한 행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공부에 자신을 갖고, 전공이 적성에 맞다는 확신을 가지며, 학습하는 것과 그 보상이 주는 기쁨이야 새삼스레 덧붙일 이유도 없겠습니다.

좋은 경험입니다. 사람이 배운다는 것에 있어,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졸업장을 쥔다는 것은 그 기준이 되는 행위입니다. 어떤 과목을 고르건, 어떤 전공이건, 어떻게 공부하건 절대 낭비되는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다잡고, 그 기쁨을 느끼는 행복을 누려보시기 바랍니다.